“사랑을 구하는 길은 참 외로운 길이야,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길이지. 이제 진짜 주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다네.” 사랑을 실천하고 하느님 곁으로 돌아간 고(故)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의 목소리가 지난 2019년 뮤지컬 ‘밥처럼 옹기처럼’ 무대 위에서 재현됐다. 공연 후 고인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김수환 추기경을 다시 만난 것 같아 감동이었다”고, 고인을 알지 못했던 이들은 “추기경님을 알게 돼 유익하고 흥미로웠다”는 감상평을 남겼다. 무대 위에서 살아난 가톨릭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교회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문화의 시대, 교회는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만나야 할까. 공연예술 특히 연극과 뮤지컬 등 무대 위에서 대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장르는 인물이나 가톨릭적 가치를 생생하게 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복음화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사랑, 나눔, 용서 등 추상적인 가치를 눈에 보이는 실체로 무대 위에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은 세상에 필요한 가치를 전달하는데 용이하다. 하지만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부족과 코로나19로 위축됐던 공연 시장의 더딘 회복세가 맞물려 공연예술을 통한 가톨릭 홍보의 현주소는 안갯속이다. 2019년 가톨릭 인물과 복음을 주제로 무대에 오른 뮤지컬과 연극은 일곱 작품에 달한다. 2021년에는 서울대교구 제작으로 김대건 신부를 주제로 한 거리극과 뮤지컬이 초연됐고, 당진문화재단의 댄스컬 ‘안드레아 김대건’이 앙코르 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공연 시장이 잠시 활력을 얻었지만 2023년에는 음악극 ‘안중근의 고백’, ‘여걸 강완숙 골룸바’ 등 두 작품만이 신자들과 만났다. 올해는 본당으로 찾아가는 공연이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교회 안팎의 대중들에게 복음적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공연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가톨릭문화원 원장 박유진(바오로) 신부는 “복음 말씀을 미사 강론 중에 들어도 좋겠지만 예술적 수단을 통해 재현된 복음은 더욱 강력한 울림으로 우리에게 체험되는 효과가 있다”며 “가톨릭 인물뿐 아니라 사랑, 자비, 용서 등 우리 사회에 필요한 문화적 콘텐츠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교회가 공연예술에 보다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교구 산하로 활동하는 연극과 뮤지컬 단체는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연극협회, 전주교구 가톨릭예술단, 수원교구 앗숨도미네 등에 불과하다. 최근 발족한 수원교구 가톨릭연극인회를 더하면 4개 단체다. 반면 개신교는 1990년대부터 문화선교에 앞장선 결과 증언, 정미소, 달란트 연극마을, 디아코노스, 하늘연어 등 다양한 극단이 창단돼 뮤지컬과 연극으로 종교적 가치를 전하고 있다. ‘부모에게 효도하라’는 십계명을 토대로 한 연극 ‘동치미’는 복음 말씀을 현대사회와 연결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정의 중요성을 전하며 16년째 사랑받고 있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대중성을 확보한 개신교의 사례는 가톨릭의 문화 콘텐츠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톨릭 문화의 확장은 복음화의 확산으로 연결될 수 있다. 박유진 신부는 “26년간 문화 사목을 하며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은 가톨릭의 문화적, 인적 자산이 풍부하다는 것”이라며 “문화적 영향력이 중요한 시대를 사는 교회가 여기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려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불교, 도교와 함께 유불선(儒佛仙)으로 불리며 동아시아의 전통적 철학이자 종교사상으로 이어져온 유교는 한국 민족의 문화와 정신세계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유교의 본산이라 할 성균관(成均館)의 수장인 최종수(83) 성균관장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가르침들을 유교 전통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2023년, 유교의 현대화를 약속하면서 제34대 성균관장으로 선출된 최종수 관장을 경기도 과천 한국효문화센터에서 만났다. 최 관장은 1941년 경기 과천에서 태어났고 과천향교 전교, 성균관 부관장, 전국향교재단이사장협의회장, 전국문화원협의회장을 지냈으며 한국효문화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다. Q. 유교적 사고와 전통 속에서 살지만 정작 핵심적인 가르침을 잘 알지 못하기도 합니다. 현대인들에게 유교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요? 최종수 관장(이하 최): 유교에 대해 자주 삼강오륜(三綱五倫)의 가르침을 말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의 근본 사상은 인의예지(仁義禮智)라고 할 수 있고, 그중에서도 특히 인(仁)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질다’라는 의미인데 이는 그리스도교의 사랑이나 불교의 자비와도 상통합니다.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이지요. 나아가 공자께서는 ‘인’, 즉 사랑의 실천을 ‘극기복례위인’(克己復禮爲人)이라 말씀하십니다. 자기 욕망을 억제하고 자신을 극복해 예로 돌아가 인을 실천하는 것, 이것이 인 사상의 근본입니다. 그래서 공자께서는 제자 안연에게 “예가 아니면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고 당부하셨습니다. Q. 유교를 유학이라고도 부릅니다. 유교는 종교인가요? 최: 많은 이들이 유교를 도덕이나 철학, 생활규범으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유교는 종교이고 그걸 연구하고 가르치는 학문이 유학입니다. 공자님의 제자 자로(子路)가 물었습니다. “사람이 죽으면 어디로 갑니까?” 종교의 궁극적인 질문이지요. 공자께서는 이에 대해 “살아서의 일도 모르는데 죽어서 일어날 일을 어찌 묻느냐”며 “살아 있을 때라도 제대로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유교의 종교적 측면은 경천사상(敬天思想)에서 볼 수 있습니다. 공자의 말씀과 유교 경전에는 상제(上帝)와 천(天) 사상이 담겨 있어 하늘에 절대신이 존재함을 가르칩니다. 상제와 천은 우주와 인간을 주재하는 초인간적이고 초자연적인 공경의 대상이며, 인간을 감찰하고 화복을 내려주는 무한한 권위를 지닌 존재입니다. 이러한 존재를 전제로 인간은 하늘이 부여한 덕(德)을 잘 보존하고 지킴으로써 그 책무와 도리를 다해야 한다는 것이 공자님의 가르침입니다. 사후에 대한 가르침보다는 살아서 지켜야 할 도리를 더 강조하는 듯 보입니다.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씀처럼 죽음보다는 현재의 삶을 충실하게 살아갈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함으로써 유교의 종교성은 일상 삶 속에서 더 강조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유교는 종교이자 연구 학문 ‘인의예지’ 근본으로 ‘경천사상’ 통해 신의 존재 부각 격식과 형식 넘어 현대사회 문제 해결 노력할 것 Q. 오늘날 유교가 사람들에게서 멀어진 듯합니다. 이유가 무엇이며, 유교의 현대화는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요? 최: 삼국시대 이전부터 유교 사상이 동아시아에 전해졌습니다. 유교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멀어지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부터입니다. 근대화와 국권 상실의 역사적인 아픔들 속에서 나라 전체가 격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외래종교와의 긴장과 갈등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유교는 그 근본적인 가르침을 새기지 않고 교리와 인의예지의 격식과 형식에 매여 있었습니다. 그런 가운데 유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폄훼되고 왜곡됐으며, 지금까지도 오해와 잘못된 인식이 남아있게 됐습니다. 유교의 현대화는 이러한 오해를 불식하고, 격식과 형식을 넘어서 유교의 근본정신을 현대인들의 심성과 눈높이에 맞게 제시하려는 것입니다. 유교는 변화의 철학입니다. 온고지신의 정신을 바탕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Q. 천주교는 유교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박해의 시작이 유교적 제사로부터 비롯되기도 했습니다. 상호 이해와 대화는 어떻게 가능할지요? 최: 조선에 천주교가 전래되는 과정에서 유교와 갈등을 빚었던 역사적인 체험은 가슴 아픈 일입니다. 성리학과 주자학 위주의 조선시대 유교에게 유일신인 하느님과 예수 그리스도의 종교는 거부감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래종교에 대한 거부감보다 유교 내부적인 요인이 더 컸던 듯합니다. 치열한 당쟁으로 인해 수많은 갈등의 관계들이 만연한 가운데 외래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곧 참혹한 박해로 이어졌습니다. 역사적인 아픔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유교가 종교라고 할 때, 유교와 천주교의 상호 이해와 대화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유교에서는 하늘을, 천주교에서는 천주님을 믿습니다. 교리나 공경의 방법은 다를지라도 신을 모시고 사랑을 실천한다는 근본은 같습니다. 이웃종교를 존중하는 마음은 모든 종교가 공통적으로 반드시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Q. 오늘날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종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최: 먼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입장을 생각하고 반걸음씩만 물러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종교인들은 이러한 태도의 모범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다종교 사회이면서도 종교간 충돌이 거의 없는 것은 평화를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전통문화가 계승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는 가운데 상호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종교간 이해와 협력을 도모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 문제들의 해결에 솔선수범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유교적 가르침 안에서는, 사람과 사람 간의 올바른 관계인 인륜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중 수신(修身)과 안인(安人)의 가르침이 중요합니다. 수신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고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며, 안인은 타인을 배려하고 함께 올바른 삶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감사하는 효(孝), 형제간 우애를 지키는 제(弟),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충(忠), 자기 행동에 믿음을 가지며 올바르게 실천하는 신(信)도 중요한 가르침입니다. Q. 마지막으로 가톨릭신자들에게 한말씀 부탁드립니다. 최: 천주님의 가르침대로 우리 모두가 함께 사랑을 실천하도록 노력함은 당연한 일입니다. 특별히 그 의미가 퇴색하고 있는 전통적인 가정을 효(孝)의 가치를 중심으로 되살리도록 노력합시다. 이는 자녀들에게 효를 무조건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고 자식은 부모를 공경하며 형제들끼리 우애를 지키는 것이 효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면서도 외면되고 있는 효를 이 시대에 맞게 되살리는 것 또한 종교인들의 소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손희송(베네딕토) 주교가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이하는 의정부교구 3대 교구장으로 착좌했다. 이제 스무 살 ‘청년’이 된 의정부교구를 이끌게 된 손희송 주교의 교구장좌 착좌 미사 현장을 들여다본다. 특별한 인연들…“주교님 유학 시절엔 독서 삼매경” ◎… 5월 2일 교구장 착좌 미사가 열린 일산 킨텍스 주변에는 오후 1시 즈음부터 이미 봉사자 띠를 두른 성소후원회원들과 성직자·수도자들이 도착해 이야기꽃을 피웠다. 본당 팻말을 따라, 혹은 삼삼오오 킨텍스에 들어선 참례자들은 어느덧 3대 교구장을 맞이하는 교구의 기쁨을 나눴다. 미사에는 손 주교와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이들도 참석했다. 손 주교의 유일한 본당 사목지였던 서울대교구 용산본당 수도자·신자부터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함께 공부한 평신도 동료도 자리를 채웠다. 용산본당에서 손 주교와 함께했던 서 마리레몽 수녀(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는 “본당 주임 신부님이시던 시절 주교님은 인품 좋으시고 아주 훌륭하신 학자 신부님이셨다”며 웃음을 지었다. 용산본당 신자였던 이순예(모니카·대전교구 예산본당)씨는 “주교님의 젊고 패기 있고 활발하셨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바쁘신 중에도 면담을 청하면 잘 응해주시고 사람들을 잘 챙겨주셨다”고 회상했다. 손 주교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 대학교에서 함께 유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이철범(미카엘·68·대구 욱수본당)씨는 “주교님을 알게 된 지도 30년 정도가 흘렀는데, 유학시절에도 인자한 성품을 가진 분이셨다”고 회상했다. 이어 “특히 인상 깊었던 건 책을 옆에 끼고 다니며 틈틈이 읽으셨다는 것”이라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영을 함께 했는데, 주교님은 수영이 끝나면 기다렸다는 듯이 챙겨온 책을 읽으시곤 하셨다”고 말했다. 신학생·사제들의 참 스승이자 학자 ◎… 착좌 미사 중 교계 인사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서울대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는 “손 주교님은 20년 이상을 신학교에서 교수 신부님으로 활동하시면서 많은 사제에게 훌륭한 가르침을 주신 스승이자 학자이셨고, 총대리 주교로서는 훌륭한 행정가셨다”며 “이제는 그 헌신과 사랑을 교구장으로서 의정부교구에도 보여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사제단 대표로 축사를 맡은 손 주교의 신학교 ‘제자’ 의정부교구 류달현(베드로) 신부는 “신학생 시절 교수 신부님이셨던 주교님과 함께했던 시간은 저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를 지을 정도로 행복했던 시간”이라면서, “교구의 몇몇 사제는 주교님의 성인 ‘손’을 가지고 ‘저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 저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불어넣어 주소서’(시편 90편)를 되내고 다녔다”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이 밖에도 김동연 경기도지사,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고진철(라우렌시오)씨도 축사로 손 주교에게 축하 인사를 전했다. 축사와 답사 후에는 축가가 이어졌다. 축가로는 가톨릭 성가 2번 ‘주 하느님 크시도다’가 울려 퍼지며 손 주교의 앞날을 축복했다. 원래는 의정부교구 사제단만 부르려고 했지만 2절은 모든 신자가 함께 일어나 불러 현장에 감동을 더했다. 모두가 함께 만든 착좌미사 ◎… 착좌 미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곳곳에서 힘쓴 이들도 있었다. 이날 성가는 바로크음악 라틴 성가 합창단 세인트 에프렘 앙상블(St. Ephrem Ensemble, 지휘자 이혜형 엘리사벳)이 담당해 전례를 더욱 풍성하게 꾸몄다. 또 의정부교구 성소후원회 회원들은 한복을 차려입고 착좌 미사가 거행된 8홀 내부와 외부에서 참례자 및 주교단 입장·퇴장 안내를 맡았다. 교구 성소위원회 정지숙 회장(마리아·64)은 “새 주교님이 착좌하고, 그동안 우리를 위해 헌신하신 이기헌 주교님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는 자리에서 봉사하게 돼 보람되고 기쁘다”며 “손 주교님께서도 이 주교님처럼 신자들 말을 경청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의정부교구 성소국(국장 정재호 안드레아 신부)의 주관 아래 교구 신학생들도 전례복사를 비롯한 여러 방면에서 미사를 지원했다. 교구 신학생 대표 조성민(레오) 신학생은 “교구장님이 신학교 교수이셨을 때 맡으신 일에는 철두철미하면서도 신학생들에게는 따뜻한 분이셨다고 들었다”면서 “앞으로도 주교님께서 저희를 사랑으로 잘 챙겨주시고 보살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축하연에서 착좌의 기쁨 나눠 ◎… 착좌 미사 후에는 킨텍스 3층 연회장에서 축하연이 마련됐다. 축하연에는 손 주교의 가족을 비롯해 주한 교황대사 대리 페르난도 헤이스 몬시뇰과 한국 주교단, 동창 사제 등 내빈이 참석했다. 축하연에서 의정부교구 초대 교구장 이한택(요셉) 주교는 “이렇게 기쁜 날, 새 교구장님이 나신 것을 하느님께 감사드린다”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직무를 수행하셔서 교구 형제자매들이 지금보다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길 기원하며 하느님의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이날을 시작으로 공식적으로 교구장 직무를 시작한 손 주교는 3일 교구장으로서의 첫 일정으로 중증장애인들이 거주하는 교구 사회복지시설 ‘해밀’(원장 임복희 리디아)을 방문해 시설 장애인들과 종사자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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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통일에 관심 갖도록 교회가 이끌어야”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 정순택 베드로 대주교)는 평화나눔연구소(소장 정수용 이냐시오 신부) 주관으로 5월 3일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청 5층에서 연구소 창립 9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고 한반도 평화 실현 방안을 찾았다. ‘한반도 분단 극복과 화해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제1세션 ‘한반도 분단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 제2세션 ‘한반도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역할’로 구성됐다. 제1세션 제1발표 ‘한반도 분단이 우리 정치 지형에 미치는 영향’을 맡은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한반도 분단체제는 갈수록 군사주의로 수렴되고 있고, 정권의 변화와 관계없이 ‘유사시 무력 통일론’이 강하게 똬리를 틀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유사시 무력통일론’을 고수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고 주장했다. 제1세션 제2발표는 평화나눔연구소 남경우(펠릭스) 박사가 ‘한반도 분단이 우리 사회와 문화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맡았다. 남경우 박사는 “군사쿠데타 이후 들어선 정권들은 반공주의를 통치 전략으로 활용했다”며 “반공주의가 국민과 ‘비국민’을 구분하는 일종의 필터로서 작동한 것으로서, 이러한 과정을 경험한 국민들은 비국민으로 선별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분단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은 바뀌고 있어 과거의 것으로 취급될 뿐, 지금도 우리 사회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 박사는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분단에 연결돼 있는, 북한에 대한 공포와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베드로) 교수는 제2세션 발표 ‘한반도 화해와 일치를 위한 교회의 역할’에서 한반도의 분열과 대립 상황은 과거 냉전 구도의 핵심을 형성했던 이념 갈등을 특징으로 한다고 분석한 뒤 “한국교회는 인도적 차원과 동시에 그리스도적 사랑의 실천과 민족적 갈등을 치유하고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대북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분단은 분명 교회의 가장 큰 십자가이자 극복돼야 할 과제이고, 단기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다 나은 평화 정착, 화해와 일치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정세와 무관하게 지속적인 관심과 실천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한국교회가 남북 화해와 일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역할로 특히 교회 내 청년들이 통일 문제에 보다 관심을 갖고 실천적인 노력을 기울이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에 대한 전체 교회 차원의 북한 이해, 화해와 일치 증진, 이에 기반한 복음화 전략 등을 담은 중장기적인 교회의 청사진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구체적으로, “남북 관계가 완전히 막혀 있는 현재 상황에서 남한에 있는 북한이탈주민에 교회가 관심을 갖고 그들을 도우면 주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청년들 몸과 마음 온기로 가득차길”

청년들이 3000원으로 김치찌개 식사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식당 ‘청년밥상빨라우’가 인천 인하대학교 후문 거리에 개업했다. 식당은 재속 전교 가르멜회와 전교 가르멜 수녀회가 운영한다. 청년빨라우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혜숙 제르투르다, 이하 협동조합)은 5월 4일 인천 미추홀구 경인남길30번길 39 현지에서 ‘청년밥상빨라우’(이하 청년빨라우) 인하대점 개점 축복미사를 봉헌했다. 재속회원들과 수녀들은 청년빨라우가 인천의 취약계층 청년들이 양질의 식사를 하고 편히 쉬어갈 수 있는 사랑의 터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며 이날 미사를 봉헌했다. 재속 전교 가르멜회(회장 김지연 테클라·지도 심종미 젬마 수녀)는 수녀회·재속회 설립자인 복자 프란치스코 빨라우 신부의 영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고자 청년빨라우 개점을 추진했다. “교회가 무한히 아름답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선포한다”는 빨라우 신부의 사명에 따라,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들에게 교회의 아름다움을 선포하는 곳이 되도록 지난해 식당을 사도직 사업으로 결정했다. 여러 사업 중에서도 식사 지원 사업으로 결정한 건 청년들이 최소한 밥만큼은 차별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길 바라서다. 스스로 학자금 대출을 받아 공부하고,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느라 즉석식품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종종 그마저도 거르는 청년들에게 ‘어머니처럼 품어주는 교회를 알려주려는’ 진심이다. 재속회원들은 지난해 청년밥상 문간(이하 청년문간) 이사장 이문수 신부(가브리엘·글라렛 선교 수도회)로부터 운영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자문을 구했다. 청년문간에서 현장실습 및 봉사를 하고, 청년문간 여러 지점을 방문하며 공익성과 비영리성을 바탕으로 청년들을 위한 식당을 운영하는 구체적 노하우를 익혔다. 또 어려운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장소도 특별히 대학가인 인하대학교 후문 거리로 선정했다. 메뉴와 가격도 청년문간과 같이 구성했다. 김치찌개(3000원) 단일 메뉴이며 공기밥은 무한 리필이다. 미사는 인천 용현동본당 주임 송기철(이사악) 신부가 주례하고 이문수 신부 등 사제단이 공동집전했다. 이 신부는 축사에서 “청년빨라우가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청년들이 이곳에서 몸과 마음을 온기로 채우고 갈 수 있도록 많이 헌신하고 사랑해 달라”고 말했다. 송 신부는 강론을 통해 “빨라우 신부님처럼 활동 전에 관상을, 일하기 전에 침묵과 고독을 동반해 마르지 않는 사랑의 힘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청년빨라우는 5월 7일부터 정상 영업한다. 개점 시간은 월~금요일 오전 11시~오후 3시다. ※ 문의 032-212-1811, 010-3181-1811 청년밥상빨라우 인하대점

종합

“벽돌 하나하나 직접 쌓아올린 본당 일치의 상징”

지난해 신설된 인천교구 아라동본당(주임 김민중 안드레아 신부) 신자들은 “직접 성당을 짓지는 못해도 성모당은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공동체적 사랑을 모아 손수 성모당을 만들었다. 성모당 축복식은 5월 4일 성모의 밤 행사에서 열렸다. 신자들이 직접 벽돌을 쌓고 크고 작은 봉헌으로 조성한 성모당은 서로 격려하는 본당 공동체의 돈독한 관계를 기념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1년 만에 새 성당의 모든 건축 공사를 마친 본당은 본격적으로 새 성당에서 함께 신앙생활을 시작하는 것을 앞두고 성모당을 조성했다. 성모동산과 같은 공간이 마련돼 신자들이 머물면서 차분하게 묵상하고 기도할 수 있길 바라는 주임 김민중 신부의 뜻도 있었지만, 건축비도 절감하고 공동체 화합까지 도모하는 계기로 신자들이 직접 성모당 건축에 정성을 보탰다. 특히 남성 신자들의 역할이 컸다. 건설사 현장소장이었거나 목공, 조적(組積) 경험이 있는 남성 신자들을 주축으로 남성 봉사자 및 성인 복사단이 직접 건축에 착수했다. 동영상을 찾아보며 벽돌 쌓는 공부를 해야 했고, 잘못 쌓으면 철거하고 다시 쌓아야 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거푸집을 만들면 이어서 벽돌을 올리는 작업이 이어졌다. 주말에도 성당에 출근하다시피 해야 했고, 공휴일에도 함께 벽돌을 쌓았다. 같이 몸을 움직일 수는 없어도 격려하고 응원하는 교우들의 정성은 피로를 싹 가시게 했다. “‘형제들의 수고를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다’며 소소한 간식을 지원해 주는 등 본당 공동체의 마음에 없던 힘도 다시 생겨나는 것 같다”고 남성 신자들은 한목소리로 말했다. 성모당을 만들며 본당 공동체의 신앙도 깊어졌다. 주일미사 참례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옛날과 달리 시간을 내어 몸과 마음으로 신앙을 실천하고, 작은 희생을 통해 느끼는 보람에 눈떴다. 성인 복사단 윤상일(프란치스코) 단원은 “교우들과 같은 목표를 향해 협동하고, 힘든 일을 나누며 땀을 흘리는 경험이 신앙생활을 더욱 성숙하게 이끌었다”며 “신앙 안에서 굳건하고 의미 있는 공동체가 돼가고 있음을 몸소 체험했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서로를 위해 헌신과 봉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본당 신자들의 유별난 공동체 사랑으로 성모당을 조성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본당 단합의 상징과도 같은 성모당을 보며 신자들이 앞으로도 서로 격려하고 지지하며 아름다운 터전을 만들어 갈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울 수궁동본당 첫영성체반 명동대성당 성지순례

서울 수궁동본당(주임 임동국 라우렌시오 신부) 첫영성체반 어린이들이 5월 4일 주교좌명동대성에서 ‘2024년 첫영성체 가족 성지순례’를 하며 신앙심을 키웠다. 이번 가족 성지순례에는 수궁동본당 첫영성체 교리반 초등학생 9명과 부모, 임동국 주임신부, 주일학교 교사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당신 말씀은 제 발에 등불, 저의 길에 빛입니다’(시편 119,105)를 주제로 진행된 성지순례는 한국교회의 중심지이자 순교자 유해가 모셔진 명동대성당을 방문함으로써 첫영성체반 어린이들이 예수님을 성심껏 모시는 신앙인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했다. 명동대성당 지하성당 순교자 유해 앞에서 기도를 바친 어린이들은 서울대교구청 로비에서 교구장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도 예방했다. 정 대주교는 어린이들에게 첫영성체를 앞둔 소감을 물은 뒤 “하느님 말씀은 성경을 읽으면서 접할 수 있지만 부모님 말씀을 통해서도 여러분에게 전해진다"며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 어린이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첫영성체를 준비하고 있는 박윤경(마리아·초등학교 5학년)양은 “대주교님을 만난다는 생각에 떨렸다”며 “대주교님께서 편지를 기쁘게 받으시면 좋겠고 또 뵙고 싶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이후 서울대교구 역사관 관람,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서울관구 박물관 등을 찾았다. 수궁동본당 첫영성체반은 6월 1일 첫영성체를 한다.

광주대교구 흑산성당 선교사의 집·묵상의 집 축복

광주대교구는 5월 4일 흑산성당(주임 유창훈 요셉 신부) 선교사의 집과 묵상의 집 축복식을 열었다. 축복식에는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와 전임 교구장 김희중(히지노) 대주교, 서삼석 국회의원 등 200여 명이 참례했다. 옥 대주교는 강론에서 “앞으로 광주대교구는 흑산본당이 발전하도록 도울 것이며, 문화적인 가치들이 잘 유지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장소가 될 수 있도록 큰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우리 교우들뿐만 아니라 흑산도를 찾는 모든 분이 행복한 순례 그리고 행복한 쉼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용욱 문화체육관광부 종무실장은 축사에서 “선교사의 집과 묵상의 집이 지역을 대표하는 새로운 랜드마크가 돼 흑산도를 찾는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만족도도 한층 끌어올릴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선교사의 집, 묵상의 집뿐만 아니라 흑산도가 K-관광섬, 관광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선교사의 집은 대지면적 9894㎡에 2층 건축물로 1층은 198㎡, 2층은 129㎡ 총 건축면적 328㎡로 신축됐다. 묵상의 집은 각 동 2층 건축물이며 1층 42㎡, 2층 18㎡로 총 10동이 흑산도와 흑산성당을 찾는 순례자들의 피정 연수센터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편, 흑산도는 신유박해로 유배된 손암 정약전(안드레아·1758~1816)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곳으로 교구는 신안군과 함께 ‘정약전 평화의 길’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