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공적 신심 가운데 하나인 성모 신심은 초대 교회 때부터 시작될 만큼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 대한 오래된 교회의 공경과 그 표현이다. 한국교회에서도 성모 신심은 다른 어느 신심보다도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이미 교회 창설기에 형성돼 박해 시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심 생활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순교 영성이나 일상생활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잘못된 성모 신심과 교리에 대한 오해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치유나 기적적 현상에만 집착해서 성모 발현과 메시지만을 신앙생활의 전부로 착각하는 사례도 있다. 성모 성월을 마무리하며 올바른 성모 신심에 대해 알아본다. 성모 신심의 의미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은 이미 2세기부터 시작됐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활동 무대였던 로마의 카타콤바에 200년경 그려진 성모 마리아 그림이 남아있는데, 이런 모습에서 당시 성모 공경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4~5세기경 동방교회에서는 마리아의 축일이 제정돼 전례적 공경이 이뤄졌고 ‘천주의 모친’을 공적 신앙으로 선포한 431년 에페소 공의회의 결정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공경이 본격적으로 널리 보급되는 계기가 됐다. 보편교회가 함께 거행하는 축일, 일부 지방 또는 교구 내지 수도 단체에서만 거행하는 축일 등 여러 성모 축일이 있으나 공식적인 교회의 신심은 주로 미사 전례와 성무일도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성모 신심은 마리아가 성자 그리스도의 어머니로서 하느님 구원 신비에 특별하고 탁월하게 참여함으로써 하느님과 결합함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다. 그러나 성자가 성부와 성령과 함께 받는 흠숭(adratio)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근본적으로는 그리스도 안에서 삼위일체인 하느님을 지향하는 것이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회칙 「구세주의 어머니」에서 마리아의 구세사적 위치를 그리스도의 구원 신비 안에서, 인간적이면서도 신학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하고 재확인했으며, 마리아는 결코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의 모범임을 명시했다. 이를 비롯해 현대 교황들의 가르침을 살펴보면, 마리아 공경이 성서적·사목적 및 교회 일치의 관점에서 정립되고 신심 행위에 있어 개인 선택에 많은 융통성을 가질 수 있지만 성모 신심은 전례적이며 전통적이어야 함이 명시된다. 그릇된 신심 하느님보다 마리아를 더욱 미화 사적계시를 거짓 과장해 성역화 교회 가르침 위배되는 활동 강요 주교회의 신앙교리위원회(위원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가 펴낸 「올바른 성모 신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마리아 공경을 거부하는 프로테스탄트의 ‘반마리아주의’와 성모 마리아를 마치 하느님보다 더 자비하고 능력이 있는 여신처럼 간주하려는 ‘마리아 숭배'가 문제 되고 있다. 또 교회가 승인하지도 않은 사적 계시를 받았다고 선전하면서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혼선을 가져오는 사례가 있다. ‘상주의 사적 계시를 중심으로 한 성모 신심’, ‘나주의 기적이나 사적 계시를 성역화하는 성모 신심’, ‘베이사이드의 성모 신심’ 등은 대표적인 빗나간 성모 신심들이다. 이외에도 ‘가계(家系) 치유를 위한 기도’ 모임 등 유사 영성에 기초한 신심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런 기도 모임은 그릇된 성모 공경 모임들과 깊은 연관성을 지닌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지난 2022년 2월 청주교구에서 교구장 명의 공문을 통해 잘못된 신심 행위를 조장하는 단체 및 기도 모임 활동에 대한 주의가 당부됐다. 이 단체가 공적으로 인정하지 않은 성모 신심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나온 것이었다. 교구는 교회가 인정하지 않은 성모 발현과 그 메시지를 따르는 이 단체가 올바른 성모 신심에서 벗어나 있고 한국교회가 인준하지 않은 단체임을 파악하고 활동과 모임을 불허했다. 「올바른 성모 신심」에서는 “이런 모임의 피해 사례 조사에 따르면 치유를 빙자한 헌금 강요는 물론 건전한 신앙과 영성 생활에 큰 피해를 끼치고 있다”며 “이같은 피해는 많은 신자들이 가시적 은총, 체험 등에 현혹된 까닭”이라고 진단한다. 올바른 신심 참된 신앙과 덕행 본받을 대상 구원사적 위치와 노력 인정하면서 성자의 어머니로서 공경심 표현 결론적으로 성모 신심은 모든 성인 성녀 위에 높임을 받아야 할 특별한 것이지만 성삼위께서 받으시는 흠숭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성모 신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하느님을 지향할 때 올바른 것이라 할 수 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스테파노) 신부는 「양승국 신부의 성모님 이야기」를 통해 신앙인들이 올바른 성모 신심을 실천하기 위해 유념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성모 신심이란 ▲성모님이 지닌 존엄성이 그분의 구원사적 위치와 직능에서 나옴을 인정하고 공경하는 행위 ▲성모님의 모성적이고 모후적인 전구를 청하며 기원하는 것 ▲성모님께 우리 자신을 바치는 봉헌과 성모님의 덕행을 본받는 모방’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양 신부는 “교회 가르침에 근거할 때 모든 신심은 본질상 성경과 전통에 근거하고 전례와 결부돼야 한다”며 “신앙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모든 신심이나 경솔한 태도나 감상에 이끌림과 신기한 것에 대한 지나친 탐구나 수용하기 힘든 전설적 요소들은 배제할 것이 강조된다”고 밝혔다. 성모 신심의 궁극적 목적이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고 모든 그리스도인을 하느님께로 인도하며 하느님 뜻에 일치하도록 이끄는 데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성모 공경에 대해 “거짓 과장이나 협소한 마음을 삼가도록 권고하면서 전통적인 성모 신심과 관습을 중시하며 적극적으로 전례적 공경을 드리도록” 역설한다. “진정한 신심은 쓸모없고 일시적인 감정이나 허황한 맹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참된 신앙에서 나온다는 것을 신자들은 명심하여야 한다. 참된 신앙으로 우리는 천주 성모의 탁월함을 인정할 수 있고, 또 우리 어머니에 대한 자녀다운 사랑을 불러일으키고 그분의 덕행을 본받을 수 있다.”(「교회헌장」 67항) 교회에서 널리 행해지고 보급된 신심들로는 ‘묵주기도’와 ‘스카풀라’(scapulare), ‘기적의 메달’, ‘성모 칠고의 로사리오’,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 등이 있다. 묵주기도는 마리아 신심을 가장 잘 나타내는 기도다. 교회는 루르드, 파티마, 보랭의 성모 발현에서 묵주기도가 특별히 권장됐음을 인정하고 있다. 스카풀라와 기적의 메달은 준성사에 속한다. 성모 성심에 대한 신심은 파티마의 성모 발현으로 널리 전파됐다. ‘레지오 마리애’와 ‘성모회’, ‘성모 성심회’ 등은 대표적으로 널리 보급된 성모 신심 관련 조직 기구다.

[베로나, 이탈리아 CNS] 프란치스코 교황이 5월 18일 하루 일정으로 이탈리아 북부 도시 베로나를 방문해 교도소 재소자와 가자지구 전쟁 희생자의 유가족 등을 만나 위로를 전했다. 또한 교황은 성령 강림 대축일을 하루 앞두고 베로나 지역 신자들과 미사를 함께 봉헌하며 성령의 의미에 대해 들려줬다. 교황은 이날 베로나교구장 도메니코 폼필리 주교와 함께 몬토리오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들을 만났다. 교도소 운동장에 모여 앉은 재소자들은 교황을 환영하는 현수막을 미리 걸어 놓고 교황을 기다리고 있었으며, 교황은 프란체스카 조이에니 교도소장에게 “교도소를 방문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뒤 재소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교황은 베로나 ‘평화 원형극장’에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 중에 하마스의 공격으로 부모를 잃은 이스라엘인 마오즈 이논씨, 이스라엘 군인에게 형이 죽임을 당한 팔레스타인인 아지즈 사라씨를 만나 손을 맞잡고 위로를 건네며 화해와 용서를 요청했다. 교황은 “사람들이 자신의 안락함만을 위하고 무기 생산에 투자하면서 전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사고방식이 세계의 평화를 앗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페라 무대로 유명한 베로나 평화 원형극장에는 정의와 평화 운동에 관계된 약 1만2500명이 모여 교황과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의 베로나 방문을 준비한 관계자들은 베로나가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라는 점과 시편 85장을 참조해 교황 방문 주제를 ‘정의와 평화는 입을 맞춘다’(Justice and Peace Will Kiss)라고 정했다. 교황은 베로나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벤테고디 경기장에서 신자 3만2000명과 함께 성령 강림 대축일 전야 미사를 봉헌했다.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성령 강림에 관한 성경의 묘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목 중 하나는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쓰고 서로 다른 문화를 향유하는데도 성령께서는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교회를 세우셨다는 것”이라며 “이것은 성령께서 모든 사람을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 조화를 이루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구원받았고 하느님께 사랑받고 있고, 예수님께 가르침을 받고 있다”면서 “이것이 오늘날의 기적”이라고 밝혔다.

주막거리가 북적였다. 이곳은 용인과 안성, 원삼 등지에서 ‘천주쟁이’들을 잡아 온 포졸들의 중간 집결지, 죽산 관아가 지척이었다. 막걸리 한 사발에 취기가 오른 포졸 하나가 오라에 묶인 죄인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돈을 내. 네놈들은 저 고개만 넘으면 죽은 목숨이야. 돈을 내면 풀어줄게.” “안된다고? 돈이 없다고? 이 고약한 놈들. 너희 때문에 이 고생인데….” 몽둥이질, 발길질 온갖 매질이 시작됐다. 혹시 풀려날까 호송 행렬을 뒤따른 죄인의 가족들이 그 모습에 땅을 쳤다. 두드렸다. 죽산성지에서 6km 떨어진, 오늘의 안성시 삼죽면 덕산리. 죄인들이 두들겨 맞고 가족들이 안타까움에 땅을 두들겼다 해 ‘두둘기’ 마을이라 불린다. ‘잊은 터’ 죽산 중부고속도로 일죽 IC를 나와 안성 방향으로 300미터정도 가면 ‘죽산성지’라 새겨진 큰 돌을 만난다. 성지 초입이다. 이곳에서 성지까지는 800여 미터. 포졸들에게 잡혀 와 죽산 관아에서 모진 고문을 받고 초주검 된 신자들이 처형터로 향하던 그 길이다. 죽주산성을 마주하는 이곳은 고려 때 원나라 군사가 진을 친 곳이어서 ‘이진(夷陳)터’라 불렸는데, 박해 시기 ‘잊은 터’라는 이름이 더해졌다. “거기 끌려가면 죽은 사람이니… 잊으라” 해서였다. 두둘기와 잊은 터의 아픔을 간직한 이곳은 이제 성스러운 땅, 수원교구 죽산순교성지다. 주차장 한가운데 예수성심상이 두 팔 벌려 순례자를 맞이한다. 기와를 얹은 담벼락을 따라 걷자 ‘성역’(聖域)이라는 현판 걸린 커다란 대문이 세워져 있다. 속(俗)의 세계를 벗어나 성스러운 영역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푸른 잔디밭이 널따랗게 자리한 성지 광장. 양옆으로 돌 묵주알이 줄지어 서 있고 장미 넝쿨이 반원 모양으로 묵주알을 감싸고 있다. 묵주기도의 길 곁은 장미 터널이다. 5월 성모성월의 끝 무렵이면 장미가 만개해 장관을 이룬다. 복자와 하느님의 종 그리고 무명 순교자들, 이곳에 잠들다 성모신심의 길 끝에 놓인 피에타상을 지나면 ‘순교신심의 길’이다. 죽산에서는 병인박해를 전후해 수많은 신자가 목숨을 잃었다. ‘병인박해 치명일기’와 ‘증언록’에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 해도 24명. 순교신심의 길에는 24명 순교자의 이름이 새겨진 비석과 봉분 그리고 한가운데는 보다 큰 둥근 봉분의 무명 순교자 묘가 자리하고 있다. 죽산에서의 박해는 잔혹했다. 부자(父子)를 같은 날 함께 처형하는 것을 국법이 금했음에도 순교자 여정문(1867년 순교)은 아내와 15살 아들, 순교자 최성첨(1868년 순교)은 아들과 한날 한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순교신심의 길에는 복자 박경진 프란치스코와 오 마르가리타 부부의 묘도 자리하고 있다. 병인박해를 피해 4형제를 데리고 충북 진천 절골로 이주해 신앙생활을 이어가던 부부는 1868년 절골에 들이닥친 죽산 포졸들에게 쫓기게 된다. 젖먹이 아이를 안은 채 쫓기던 오 마르가리타는 산중에서 잡히고 박경진 또한 숨어있던 집 주인의 밀고로 붙잡혀 죽산 관아로 끌려온다. 모진 고문이 이어졌지만 부부는 배교하지 않고 그해 9월 함께 순교한다. 꽃이 지지 않는 성지 죽산은 꽃이 지지 않는 성지다. 봄에는 개나리, 진달래와 영산홍, 조팝나무 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장미가, 가을에는 코스모스와 들국화, 겨울에는 눈꽃과 함께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꽃을 대신한다. 참혹했던 피의 순교가 이뤄진 땅에서 펼쳐지는 생명의 향연. 그리고 그 아름다움 안에서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믿음의 자유가 주어져 있음에 감사한다. 피의 순교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천주님께서 안배하신 대로 순명하여라” 이곳을 다녀간 순례자들이 봉헌한 초가 가지런히 놓인 현양탑을 돌아 ‘십자가의 길’에 들어섰다. 야트막한 오르막에서 다시 내리막으로 이어지는 14처 길은 성지마당에서 보면 순교자 묘역을 감싸 안은 모양이다. 순교자들이 성인 반열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십자가의 길 1처 앞에 섰다. 하느님의 종 박경진 프란치스코가 옥중에서 동생 필립보와 아들 안토니오에게 보낸 편지 글을 묵상한다. “어린 조카들을 잘 보살피면서 진정으로 천주님을 공경하고, 천주님께서 안배하시는 대로 순명하여 나의 뒤를 따라오도록 하여라.” 아멘… ◆ 순례길잡이 수원교구 죽산순교성지(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종배길 115)는 1866년 병인박해 당시 수많은 교우가 심문과 고문을 당하면서도 하느님을 증거하며, 목숨을 바친 순교성지다. 순교자묘역에는 복자 박경진(프란치스코)과 오 마르가리타 그리고 하느님의 종 8명 등 24위 순교자의 묘와 무명순교자 묘가 조성돼 있다. - 미사 : 화~주일 오전 11시 - 순례 문의 : 031-676-6701

주요뉴스

‘오월 광주’ 진상규명 보고서 “역사 왜곡” 비판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조정훈 안토니오 신부, 이하 정평위)는 5월 17일 남동5·18기념성당에서 ‘5·18민주화운동 44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교구장 옥현진(시몬) 대주교가 주례한 미사에는 신자 500여 명이 참례했으며 입당성가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옥 대주교는 강론에서 “누군가를 위해 기꺼이 나누고 내어놓는 삶을 살 때 공동체가 살아날 수 있다”며 “역사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5월 광주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아직도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가 4년간 공식 조사 활동을 마무리하지만 조사위원회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왜곡된 역사를 주장하는 이들 때문에 지금도 상처받고 있는 5·18 유공자와 유가족, 그리고 광주 시민들에게 예수그리스도의 깊은 사랑과 위로를 청한다”고 말했다. 미사 중 기우식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진조위의 보고서의 문제점을 밝혔다. 기 대변인은 진조위가 왜곡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수집했으며, ‘군경피해보고서’를 피해자인 광주 시민의 입장은 배제하고 가해자인 특전사 부대원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담아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평위는 진조위 보고서 재조사를 촉구했다. 정평위 위원장 조정훈 신부는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는 군·경 피해 보고서 즉각 폐기 ▲진상규명조사위원회 개별보고서의 문제점을 적시한 종합보고서 작성 ▲불능 채택된 개별 보고서 과제 재조사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 찬미받으소서 주간 개막미사

다섯 번째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보내며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이 국회의사당에 모여 탈석탄 사회로 나아가길 염원하며 함께 기도했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은 5월 19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찬미받으소서 주간 개막미사를 거행했다. 멸종반란가톨릭과 공동주관한 이날 미사는 임현호 신부(도미니코·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 부위원장)와 원동일 신부(프레드릭·의정부교구 1지구장) 등이 공동집전한 가운데 70여 명의 수도자와 신자들이 참석했다. 원동일 신부는 강론에서 “지난 국회에서 탈석탄법이 심의만 하다 제정되지 못하고 끝내 종료됐다”며 “성령 강림 대축일이기도 한 오늘, 우리는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운 국회에서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관료적 패러다임이 기후위기를 가속화한 만큼 우리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고자 성장이 아닌 탈성장, 탈석탄의 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19일부터 찬미받으소서 주간을 보내며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은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이용, 지속가능한 식단채택, 재생 에너지 사용 촉진, 소비와 쓰레기 줄이기, 물자원 절약 등을 실천했다. 22일에는 아픈삼척되살리기의 일환으로 삼척에서 탈탈탈 거리미사와 거리 피케팅을 진행했고, 25일에는 온라인 기도회를 통해 통합생태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한국가톨릭기후행동이 5월 19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찬미받으소서 주간 개막미사를 거행하고 있다. 사진 민경화 기자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평생 떠돌이…이젠 ‘고향’에 정착했으면”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됐다. 전쟁 중 러시아 폭격기가 마리우폴에 떨어트린 폭탄은 고려인 박루슬란(67)씨 가족의 집을 직격했다. 다행히 집 밖에 있던 가족 모두 무사했지만, 충격파에 날아온 철문이 박씨를 덮쳤다. 어깨가 골절되고 허리를 크게 다쳤다.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집은 온데간데없고 부서진 건물 잔해만 처량하게 남았다. 박씨는 원래 우즈베키스탄에서 부인 김발렌티나(60)씨, 딸 박제냐(40)씨와 함께 살았다.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의 차별과 억압을 받던 가족은 결국 20년 전인 1994년 집과 가구를 모두 버리고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외곽으로 쫓겨나듯 이주했다. 그곳에서 손자 손녀까지 가족은 일곱 명으로 늘었다. 농사를 지어 가족을 먹여 살리며 한때 희망을 품고 살아갔지만, 참혹한 전쟁은 가족의 일상을 앗아가 버렸다.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으며 1년간 집도 없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을 헤매던 박씨 가족은 친척의 도움으로 한국행 비행기표를 구하게 됐다. 치료받지 못해 악화된 박씨는 통증 때문에 한국행 비행마저도 고역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2023년 조상들의 고향인 한국 땅을 밟아 인천광역시 연수구의 한 고려인 마을에 자리 잡았다. 현재 가족의 생계는 딸 박제냐씨가 책임지고 있다. 월수입 200만 원 중 월세로만 75만 원이 나가고, 남은 돈으로 일곱 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 이주민 복지 자체도 부족한 데다 제도에 대한 정보도 부족해 이미 있는 지원도 못 받고 있었다. 네 명의 손주 중 한국에 먼저 와 있던 고등학생 손녀는 검정고시를 봤지만, 이제 커 갈 나머지 세 남매를 키울 일도 막막하다. 박씨는 폭격으로 부상당한 지 약 2년 만인 4월 한국의 병원에서 허리 수술을 받았다.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평생 걷지 못할 수도 있었다. 수술비는 유일하게 수입이 있는 박제냐씨가 할부로 내고 있어 이제는 가족들 식비마저도 보존하기 힘들어졌다. 게다가 어깨도 골절돼 앞으로 추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나마 몇몇 단체의 도움으로 생필품을 지원받고 있다. 박씨 가족은 어딜 가도 ‘이방인’이었다. 부인 김발렌티나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무슬림 극단주의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우크라이나에서도 인종차별을 받았다”며 “그래도 한국에서 우리를 외면하지 않은 분들 덕에 병원도 가고 치료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리의 고향은 ‘한국’이라고 배웠는데, 힘든 상황에서도 조부모님의 고향에 온 것만은 행복하다”며 미소 지었다. 이어 “부상을 회복해 몸이 건강해지면 어떤 일이든지 시작해 가족에 보탬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까리따스이주민문화센터 김은덕(마티아) 수녀는 “러시아에 의해 강제로 이주당한 우리 민족의 후손이 타지에서 전쟁으로 또 고통받은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어깨 부상도 남아 있어 간절한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고 전했다. ◆ 성금계좌 -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우리은행 1005-302-975334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 모금기간: 2024년 5월 22일(수) ~ 6월 11일(화) ◇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기부금 영수증은 입금자명으로 발행됩니다.)

종합

성모님 닮은 품성 지닌 이 시대의 ‘샛별’ 길러내

서울 계성고등학교(교장 민혜숙 효임 골룸바 수녀, 이하 계성고)는 5월 16일 개교 80주년을 기념하는 성모의 밤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는 학생들이 성모님과 같은 품성을 갖추도록 전인 교육을 펼쳐온 교직원, 배움을 삶으로 살아가는 학생·동문들과 기쁨을 나누며 성모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자리로 마련됐다. 교장 민혜숙 수녀는 축사에서 “80년간 탄생하고 성장한 수많은 ‘샛별’(학생)이 사회와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을 인도하는 빛이 되어 살았고 지금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의 땅에서 샛별들에게 더 이상 어둠 속에 있지 않고 빛 속에서 기쁨을 품게 하신 전직, 현직 선생님들이 흘리신 땀을 기억하며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제1부 기도의 밤에는 오랜 세월 계성고를 사랑으로 보살피신 성모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헌화 및 초 봉헌이 이뤄졌다. 참석자들은 계성고가 앞으로도 세상에 빛이 되는 학생들을 한결같이 길러낼 수 있길 성모님께 청원하는 묵주기도를 함께 바쳤다. 제2부 문화의 밤에는 교사, 재학생과 졸업생, 학부모의 이야기 나눔이 이어졌다. 이들은 나눔에서 계성고 특유의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 입시로 힘든 고교 시절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창조주 하느님께서 부여하신 고유성을 존중하는 교육 정신이 하루 이틀이 아닌 오랜 시간을 통해 조성된 것임에 목소리를 모았다. 계성고 김홍주(베드로) 지도신부는 강론을 통해 “학교에서 상주하며 주말에도 학교를 위해 여러 일을 하는 수녀님들, 헌신적이고 학생들을 사랑으로 섬기는 교직원들이 있기에 학생들이 빛나는 인간으로 성장하며 보답해 올 수 있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주어진 길을 겸손하고도 용기 있게 걸어 가신 성모님처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고 전했다. 1944년 서울 명동에서 계성여자고등학교로 탄생한 계성고는 어두운 시대일수록 필요한 빛, 성모의 상징이자 태양을 예고하는 샛별(계성·啓星)로 학생들을 꾸준히 길러내 왔다. 지덕체·영성을 겸비한 전인적 인간 양성과 복음적 가치(사랑·정의·평화) 실천을 목표로, 평화 감수성 함양, 통합 생태적 교육, 세계 시민으로서 공존 역량을 심어주는 인성 수업을 교육 중점 과제로 수행하고 있다. 학교는 2016년 길음동으로 이전하고 남녀공학으로 전환했다.

“은총 청하기 전 합당한 마음가짐으로 공로 쌓아요”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서울 서소문밖네거리 순교성지(주임 원종현 야고보 신부) 성 정하상 바오로 경당에서는 ‘공로를 쌓기 위한 기도 모임’이 열린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모임은 성지담당 이형전(루카) 신부 지도로 이뤄진다. 이 신부는 3시40분경부터 기도 모임에 대한 안내를 시작한다. 기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호흡법을 소개하고 감사 기도와 통회의 기도를 통해 평안한 마음으로 기쁘게 하느님과 대화할 수 있도록 마음을 준비시킨다. 호흡은 머리를 쉬고 생각을 멈추는 작업이다. 감사 기도는 일상 안에서 베풀어 주신 은총과 사랑을 느끼면서 하느님과 유대를 느끼도록 한다. 이는 통회로 연결된다. 많은 것을 베풀어 주셨음에도 하느님을 속상하게 해드렸던 것들에 대해 마음 아파하고 뉘우치는 기도를 바칠 때 기도의 차원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지난 5월 10일에는 60여 명이 모여 이 신부 설명 후 고통의 신비 5단을 바쳤다. 이후에는 성무일도의 저녁기도를 바치며 모임을 마무리했다. 이 신부는 내내 자리를 지키며 기도에 함께했다. 거의 매주 기도에 참여한다는 한 신자는 “소원만을 비는 기도가 아니라 감사와 통회의 기도를 통해 깊게 기도에 젖을 수 있는 자세를 배울 수 있어서 좋다”며 “신부님과 여러 신자가 함께 기도할 수 있어서 더 소중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기도 모임은 이 신부가 사제생활을 통해 체험한 기도 방법과 은총을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마련했다. 기도를 통해 어떤 은총을 구할 때는 기도만 하면 되는 게 아니라, 그 은총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공로를 쌓았을 때 기도가 이뤄지는 경험을 전하고 싶어서다. 모임은 1~2월, 7~8월을 제외한 8개월 동안 계속된다. 형태는 정해져 있지 않고, 십자가의 길 등 다양한 기도가 바쳐질 예정이다. “중요한 것은 우선 하느님과 올바른 관계 안에 있어야 하는데, 분노하고 미워하고 원망하는 상태에서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한 이 신부는 “기도 모임을 통해 신자들이 정말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는 기도를 하고 그 기도를 통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은총을 체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써 정말 하느님께 보답하려는 마음이 들어서 기꺼이 지금까지 용서하지 못하고 사랑하지 못하고 내어주지 못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변화가 일어나게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집집마다 정성껏 성모상 꾸며 기도해요”

서울 구로3동본당(주임 백승준 시몬 신부)이 5월 성모 성월을 뜻 깊게 보내기 위해 ‘우리 가정 성모상 꾸미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구로3동본당은 매년 성모의 밤 행사를 개최하고 있지만 올해 성모 성월에는 모든 신자가 성모 성월 취지에 동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았다. 주임 백승준 신부와 사목회 임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 가정에 있는 성모상에 꽃을 봉헌해 아름답게 꾸민 사진이나 가족들이 성모상 앞에 모여 기도하는 사진을 5월 26일까지 각 반장들이 받아 영상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구로3동본당 신자들은 ‘우리 가정 성모상 꾸미기’ 행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성모님이 온전히 하느님께 자기 삶을 봉헌했던 모범적 삶을 조금이라도 배우는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구로3동본당은 ‘우리 가정 성모상 꾸미기’와 함께 ‘가정을 위한 기도 릴레이’도 진행하고 있다. 기도가 필요한 두 가정을 정해 기도를 바친 뒤 기도문을 해당 가정에 전달하고, 성당 내에 마련된 보드에 꽃 장식을 붙이는 방식이다. ‘우리 가정 성모상 꾸미기’ 행사에 접수된 사진으로 만들게 되는 영상과 ‘가정을 위한 기도 릴레이’로 완성된 꽃 장식 작품은 5월 30일 오후 7시30분 본당 성모의 밤에서 봉헌될 예정이다.

‘청년 빈첸시안 활성화’ 방법 모색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회 한국이사회(회장 김인태 야고보, 이하 빈첸시오회)는 5월 18일 제1회 한국 빈첸시안 청년 포럼을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열었다. 빈첸시오회는 이번 포럼을 통해 만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빈첸시안 청년들을 조직해 2027년 세계청년대회에 이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포럼에서는 빈첸시오회를 담당하는 서울대교구 이재을(요한 사도) 신부가 ‘복음 선교, 선교의 짝’을 주제로 강의하고, 김인태 회장의 ‘빈첸시오회 한국이사회 현황’발표 및 토론이 이어졌다. 이재을 신부는 강의에서 “예수님께서 시몬과 안드레아,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 등을 복음 선교의 ‘짝’으로 불러 파견하셨다”며 선교는 혼자서 나서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김인태 회장은 빈첸시오회 현황을 발표하고 “한국 빈첸시안은 회원이 점점 고령화되고 있으며, 신입회원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선 각 협의회 간 연대가 중요한 과제 중 하나고, 회원으로서의 활동 자체가 영적 성장을 가져온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 시간에는 각지에서 모인 청년협의회 회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회원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빈첸시오회 청년들의 활동이 위축된 원인과 문제점을 짚고, 청년 활동 활성화를 위한 방안 마련을 논의했다. 빈첸시오회는 청년 활동 활성화 실천의 하나로 6월 15일을 시작으로 한 달에 한 번 청년미사를 봉헌할 계획이다.